한 번은 버스터미널에서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미국의 페이스북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는데 아나운서가 '페이스북'을 발음하며 영어의 'f'발음이 아닌 한국어의 'ㅍ' 발음을 하는 것이 귀에 거슬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영어의 v, f, r, l등 우리나라 사람이 발음하기 힘든 영어의 발음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비록 완벽하게 발음을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선 귀가 제대로 된 발음을 구별하는 것이 영어를 제대로 발음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나라말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외국인은 'ㄲ, ㅃ, ㅆ, ㅉ' 등의 된소리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어떤 외국인이 '기븐 소식이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기븐'이 뭐지?,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뭘 깁었다는 말인가? '빨리 오세요!'를 '발리 오세요!'라고 한다면 어색하게 들리는 것은 둘째치고 이해가 안 될 가능성이 많다. 미세한 발음의 차이가 나의 영어가 이해되고 안 되고에 지대한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f' 발음은 윗니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바람이 새어나가는 것같이 발음하여 거의 '훼'발음이 나게 해야 한다. 이것을 우리나라의 'ㅍ' 발음으로 하면 알아듣기 힘들다. 게다가 'r'과 'l'발음은 우리나라의 'ㄹ' 발음과 전혀 다르다. 'r'은 혀가 입천장을 연속으로 때리며 'ㄹㄹㄹㄹ'와 같이 'ㄹ'를 연속으로 오토바이 가는 소리처럼 반복해야 나는 소리이다. 영어의 'Girl'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으면 'r'과 'l'은 제대로 발음하는 것이다. 물론 'z'의 발음도 쉽지 않은 발음이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우선 귀가 뚫려야 제대로 '모방'할 수 있다. 귀가 분별하지 못하는데 입으로 제대로 발음하기는 힘들다. 마치 귀가 안 들리면 말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영어로 말하는 내용을 반복해서 세밀하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같지 않더라도 무조건 따라 해야 한다. 주위에서 '왜 그렇게 발음이 이상해?'라고 놀릴지라도 꿋꿋이 따라 해야 한다.
미국에서 겪었던 일이다. 미국 남편과 사는 한국 여자분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주로 미국 군부대 주위에 한국에 왔던 미군과 결혼해서 오래전에 미국에 와서 사시는 분들이다. 영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던 시절의 분들이다. 그 여자분들이 발음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저게 무슨 영어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아는 발음과는 너무나 판이한 생전 들어보지 못한 영어 발음이다. 철자를 하나하나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발음이 뭉개지면서 물 흐르듯이 거침없이 하는 영어였다. 그런데 놀랐던 것은 미국 사람들이 그 이상한 발음을 척척 알아듣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 이분들이 학교에서 영어를 체계적으로 문법부터 차근차근 배우지는 못 했지만 남편의 발음을 들으며 따라한 것이다. 철자도 모르면서 그냥 따라 한다. 써 보라고 하면 쓰지는 못 해도 들은 대로 발음을 배웠다. 그리고 그 발음을 미국 사람은 잘도 알아듣는다.
많이 들어야 한다.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문장이 들리고, 단어가 들리고, 각 개별 알파벳이 들린다. 그렇게 세밀하게 들리기 시작하면 나도 따라 반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배운 발음은 잊고 무조건 따라 해야 한다. 예전에 영어 단어장에 한국말로 발음이 나온 것이 있었다. 영어 발음을 망치는 주범이다. 언어는 모방이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으면 아무리 발음이 웃겨도 상관없다. 이전에 말한 대로 우유를 뜻하는 '밀크'를 '미역' 비슷하게 발음했더니 미국 사람들이 더 잘 알아듣는다. 'l' 발음이 우리의 'ㄹ' 발음이 아니라 코맹맹이 소리가 나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발음은 어렵겠지만 원어민이 발음하는 대로 따라 하다 보면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해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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