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의 기억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새로 이사를 간 집이 그전에 만화책방을 했었나 보다. 집에 그야말로 만화책이 널려 있었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만화책을 읽곤 했다. (그때 읽을 만화책을 다 읽어서 이제 만화책에 별로 흥미가 없나 보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집회 돌아와 보니 그 많던 만화책이 다 사라졌다. 아들이 만화책에 푹 빠져있는 것을 걱정하셨던 어머니께서 만화책을 모두 고물상에 팔아버리고 계몽사 문고를 사놓으셨다. 그날이 키우던 강아지가 쥐약을 먹고 죽었던 날과 함께 인생 초반기의 가장 슬픈 날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책에 맛을 들여 지금까지 읽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책이 많지만 영어책의 분야와 양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영어로 책을 읽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몇 가지 영어 책 읽기의 유익한 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학교에서 배울 때는 처음으로 듣기 평가가 시행되는 시점으로 영어의 듣기가 강조되었다. 그리고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영어의 말하기, 듣기를 강조했고 실은 그 두 분야는 아직도 우리가 약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영어로 된 책을 읽지 않고 원어민과의 대화로 영어를 배우다 보면 그야말로 '시장 영어'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지만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데는 부족하다.
네팔에 선교사 중에 젊은 나이로 선교를 가신 분들이 계신다. 훌륭한 학벌과 좋은 조건을 내려놓고 젊은 나이에 네팔에 가서 네팔어를 빨리 습득해서 네팔어로 설교를 한다. 그래서 참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후에 네팔 선교사로 가신 분이 한국에 와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 젊은 선교사님들의 네팔어가 시장 네팔어라는 것이다. 의사소통에는 문제없고 네팔인이 설교를 이해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교회 성도 중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기에 조금 더 고급스러운 네팔어를 하지 않으면 선교사의 언어에 실망해서 교회를 떠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한다고 다 같은 영어가 아니다. 고급 영어와 시장 영어가 있다. 그리고 고급 영어는 책에서 배운다. 책에는 다양한 영어 표현이 있고, 일상 대화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고급 단어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리고 문법적으로 틀린 영어를 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으며 영어가 많이 늘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란 앉아서 몇 시간을 해도 즐거운 것이다. 나는 스릴러를 좋아한다. 사건이 있고, 용의자가 있고, 반전이 있고 뜻밖의 사람이 범인임이 밝혀진다. 그래서 스릴러를 읽을 때는 영어 사전 찾는 시간이 아까와 대충 뜻을 추측하며 글을 읽는다. 그러다 계속 반복되는 단어가 보이면 사전을 찾아보는데 그런 단어는 이미 문장에서 많이 접해서 문맥을 알기에 뜻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영어 공부가 힘든 것은 내가 좋아하지 않고 흥미가 일지 않는 방법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미국에 유학 가기 전에 Voca 22000 같은 책을 여름 내내 공부한 적이 있다. 도저히 나의 의지로는 그 책을 끝낼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에 함께 유학을 준비하던 친구와 하루 공부할 내용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20문제를 내서 적게 맞추는 사람이 다음 날 점심을 사는 식으로 그 책을 끝냈다. 혼자 하기는 힘들었지만 둘이, 그것도 점심이 걸린 문제니 죽자 사자 단어를 외었다. 그 많은 단어들 중에 얼마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런데 스릴러는 달랐다. 앉은자리에서 진범이 나오기까지 식사도 거르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히 영어가 습득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어로 독서를 하는 것과 비교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아진 것이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행복한 일이다. 예를 들어 성경 고고학, 변증학, Inteligence design 등의 분야 등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보면 최신간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바로 사서 곧 읽을 수 있기에 예전처럼 종이책이 오기를 1주 이상 기다리던 시간도 없어졌다. 물론 유명한 책은 한국어로 번역이 되지만 시간이 걸리고, 또 예전에 번역이 잘 못된 책으로 크게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내가 직접 영어로 읽는 것이 낫다. 한국어로 번역본이 있어도 가능하면 모든 책은 원서로 읽는다. 그리고 영어로 책을 읽는 그 훈련이 나의 영어 단어를 넓혀 주고 지식도 넓혀준다.
각자 좋아하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자막을 꺼놓고 몇 번이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요즘 Netflix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것도 방법일 터이다. 자주 접하면 익숙해진다. 공부는 익숙해지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별 것 아닌데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내게 즐겁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익숙해질 수 있으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본 내용은 새로 구입한 한성의 키보드로 작성하였습니다. 10점 만점에 10점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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