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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선교사의 영어 좌충우돌기(左衝右突紀)

13. 원어민의 영문법 울렁증

by 오네시모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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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치앙마이에 한 달간 머물며 치앙마이 대학의 TESOL 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다. TESOL은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약자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격이다. 내가 참여한 TESOL 클래스는 5~6명 정도가 함께 했고 그중에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사람, 캐나다 사람도 함께 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태어나기를 잘 태어난 덕에 자기가 쓰는 말을 가지고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서로 공유하는 정보 속에 알게 된 것이 요즈음은 영어 선생님들에게 베트남이 인기 있는 나라라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몰려와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음식도 맛이 있고 월급도 적지 않기에 영어 선생님들이 베트남을 최고로 친다고 했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인기가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TESOL 수업을 원어민들과 함께 들으며 많은 한계를 느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어를 즐겁게 가르칠 수 있는 많은 수업 방식도 공부했고, 치앙마이 대학에 많이 와 있는 중국 학생들 앞에서 실습을 할 시간도 있었다. 그리고 치앙마이라는 도시 자체가 외국인들이 있기에 편리하고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그런데 TESOL 과정 중에 영어 문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수업 시간에 한 가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원어민들이 영어 문법에 관해 거의 지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영어의 시제에 대해 과거형, 현재형, 현재 진행형, 현재 완료, 과거완료 등의 형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 그리고 가정법의 종류에 관해서도 배워 알고 있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원어민들은 영어문법의 기본 용어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본인들이 영문법에 무지하다는 사실에 거의 공포를 느껴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수준이었다. 영어 원어민이 영어 문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내게도 충격이었다. 내가 원어민에게 영문법을 설명해 주는 상황도 있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어민들은 영문법이 없이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영문법은 영어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에게 언어의 구조와 문장 형식 등에 대해 알려주려는 것이지, 원어민들에게는 배우지 않아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쓰면서 미국 학생에게 교정을 보아 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주로 많이 틀리는 것이 'a'와 'the'를 구별하지 못해서 잘못 사용한 것인데 미국 학생에게 어떤 경우에 정관사 'the'를 쓰고 어떤 경우에 부정관사 'a'를 사용하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아서 수정을 했는데 본인도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영어 원어민의 영문법에 관해 울럼증을 느끼는 모습에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떠 올랐다. 영어를 모국어로 배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영문법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은 말하는 법이 아닌 영문법부터 배워서 영어의 기본 문장 구조를 배워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의사소통이다.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완벽하지 않아도 대부분 우리의 'broken English'를 이해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의적절한 영어 단어이다. 단어 하나만 정확히 사용해도 그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호텔 식당에서 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고 'water' 한 단어만 해도 물을 가져다준다. 물론 더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싶으면, 'could you get me a glass of water, please?'와 같이 제대로 된 문장을 사용하면 된다. 

 

영어 문법이라 무엇인가? 영어를 사용하는 규칙이요, 어떤 문장이 자연스러운지를 정리해 놓은 내용이다. 영문법 책을 옆에 끼고 공부하느니, 그 시간에 본인이 관심 있는 책을 집중해서 읽고 또 읽으서 영어에 익숙해지면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을 읽을 때 문장이 왠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읽으면서 제대로 된 영어와 문법적으로 틀린 영어를 구별할 수 있다면 굳이 영어 문법의 용어를 알지 못해도 영어를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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