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의 어느 늦은 밤, 인도 콜카타의 공항에 도착한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선교지인 아쌈 주의 구와티까지 가려면 콜카타에서 하루를 묵어야 했는데 일찍 도착하는 비행 편이 없어서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 공항을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짐을 실은 카트를 밀고 나가는데 15~20명의 인도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나에게 다가와 둘러싸고 무슨 말을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강렬했던 기억이 인도 선교의 첫 경험이었다.
인도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많은 것을 겪은 후에 돌아보니 그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 우선 인도 공항에는 승객 외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사설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물론 인도 생활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은 공항 문에서 기다리며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을 따라가서 차를 타지 않는다. 바가지를 쓸 수도 있고 조금 상황이 안 좋으면 강도로 돌변하는 택시 기사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인도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조심해야 한다. 운전을 할 때도 "사방에 있는 차들이 내 차를 들이받으려고 한다"라고 상상하면서 방어 운전을 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 조금만 방심하면 당황할 일이 분명히 생긴다.
인도의 공항에 가면 정부에서 택시를 탈 사람을 위해 세워 놓은 사무실이 있다. 그곳에 목적지를 말하고 택시비를 내면 종이에 목적지와 택시비를 냈다는 영수증을 준다. 그 영수증에는 내가 탈 택시 번호가 기록되어 있다. 밖에 나가서 길게 세워져 있는 택시 중에 내가 탈 택시를 찾아서 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공항에서 받은 영수증을 목적지에 갈 때까지 기사에게 절대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는 나중에 승객으로부터 받은 영수증을 가지고 공항에 와서 돈을 받게 되기에 영수증이 현금과 같다. 그런데 어떤 택시 기사는 영수증을 달라고 해서 받은 후에 승객을 아무 데나 내려주고 가버릴 수도 있다. 택시 기사가 인상을 쓰면서 강압적으로 영수증을 달라고 하거나 목적지를 확인한다며 보여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영수증을 손에 꼭 붙잡고 보여주기만 해야지 뺏기면 안 된다. 길거리 아무 데나 내리라 하고 휑하니 사라질 수도 있다.
https://onesimus.tistory.com/83
"인도에서 살아남기" 참조
하루를 콜카타에서 보내고 선교지인 구와티에 잘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 기다리고 있던 4~5명의 인도 목회자와 형제들을 만났다. 선교사로서의 첫 임무는 이들이 인도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이었다. 체류할 집을 계약하고 필요한 집기를 사고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다행히 식사는 근처 신학교의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었기에 인도 목회자 훈련을 위한 모든 준비가 마쳤다.
이 글의 내용은 인도 선교사로 현지인을 영어로 훈련시키고, 설교를 하고, 오지에 들어가서 집회를 하면서 어떻게 영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어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사람마다 영어를 배우는 방법과 길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인도에서의 10년의 선교를 통해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어 현재도 매주 영어 설교를 한 편씩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물론 나의 영어 설교를 듣고 "표현이 왜 그래, " 아니면 "발음이 영 시원치 않은데..."라고 말할 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의 영어가 짧고 간결하고 단순해서 이해하기가 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영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처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어려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그들이 나의 영어를 잘 이해할 수 있으면 목적 달성이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유튜브 채널에서 나의 영어를 확인하시기 바란다.
http://youtube.com/c/LifeWordMission
인도에는 약 800여 개의 언어와 2,000여 개의 방언이 있다고 한다.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B%8F%84%EC%9D%98_%EA%B3%B5%EC%9A%A9%EC%96%B4_%EB%AA%A9%EB%A1%9D 참조) 나도 처음에는 힌디어를 배우려고 노력해서 데라둔 근처의 무수리에서 힌디어를 몇 달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언어가 너무 다양한 인도에서 예를 들어 인도 남쪽에서는 힌디어가 잘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힌디어를 포기하고,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필요하면 그 지역 언어로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 언어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다행인 것은 영국 식민지였던 과거로 인해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인도 영화를 보면 힌디어와 영어를 섞어서 쓰는 장면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에 능숙한 사람이 많다. 물론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예외이다.
지금 생각하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10여 년의 시간보다 인도에서 보낸 10여 년 동안 영어가 훨씬 능숙하게 되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영어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네이티브 스피커 앞에서 영어를 하다 보니 문법이 틀릴까, 발음이 틀릴까 두려워 입을 다물 때가 많았다. 그리고 나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영어에 대한 울렁거림, 공포증이 생긴다. 한 번은 지도교수님의 집에 초청을 받아 갔는데 6~7살쯤 된 딸이 내게 그림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했다. 지도교수님의 딸의 부탁이기에 최선을 다해 그림책을 읽고 있는데 그 애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You don't speak English." (영어 못 하네요.)라고 하더니 가 버린 경험이 있다. 맥도널드에 가서 "For here, to go?" (여기서 드실 건가요, 가지고 가실 건가요?)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결국 주문을 포기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유학생 사이에서 회자된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나도 원어민이 아니고 상대도 원어민이 아니기에 더욱 수월하게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게다가 잘 사는 한국에서 먼 인도까지 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선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있기에 더욱 자신 있게 영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영어 습득에 중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이제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을 만나도 그리 주눅이 들지 않는다.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이 향상이 되어서 어려움 없이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영어 원어민인 것은 태어나서부터 영어를 사용해서이다. 미국에는 거지도 영어를 잘한다. 그런데 그들은 한국어를 할 수 있나? 다른 언어 할 수 있는 것이 있나? 나에게 영어는 모국어가 아닌데 이 정도 하면 다른 언어를 하나도 구사하지 못하는 영어 원어민보다 훨씬 낫지 않나?" 실은 그렇다. 그러니 원어민 앞에 주눅 들지 말자. 원어민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영어는 원어민의 한국어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이런 자신 있는 태도가 영어를 배우는데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영어가 빨리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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