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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선교사의 영어 좌충우돌기(左衝右突紀)

3.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Living loving learning)

by 오네시모 202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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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애서중 하나

사실 영어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어민과 결혼하는 것이다. 사랑은 언어의 장벽을 넘는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밤이나 낮이나 대화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한 번은 TV에서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를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혹시 결혼하기 전에 하루에 얼마 정도 통화를 하셨어요?" 남자가 답한다. "한 서너 시간 정도?" 여자가 말한다. "그래 너무 짧았지?" 하루 서너 시간의 통화가 짧을 정도로 말을 하니 말이 늘지 않을 수 없다.

 

영어를 배울 때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어려운 책에 나온 학문적인 단어를 접할 때가 아니다. 한 번은 미국에서 식당을 갔을 때다. 주문을 받기 위해 온 직원이 다짜고짜 "What kind of dressing would you like? French, Italian, Thousand Islands?" 그때 나는 그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를 이해하지 못해서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얼어버렸다. 지금이야 드레싱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는 케첩에 마요네즈를 섞어 양배추를 채 썰은 것에 얹어 먹던 것이 드레싱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 드레싱의 종류도 그렇게 많은 것인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다음과 같은 영어가 어려운 영어다. 이발소에 가서 "옆은 단정하게 해 주시고 뒤는 좀 고르게 해 주세요." 이발소 영어가 어려워서 유학생들은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이렇게 해 주세요."라고 간단히 하기도 한다. 병원에 가서 "옆구리가 쑤시면서 가끔 짜릿짜릿한 것이 매우 불편합니다."라는 말이 영어로 바로 나오면 상당한 실력이다. 그리고 아기들에게 "어구, 우리 아기! 응가 참 잘했어요!"라는 말을 그 어감에 맞추어 영어로 하는 것은 영문학 학위가 있어도 쉽지 않다.

 

인도 선교사로 살면서 영어가 늘게 된 계기는 인도의 현지 목회자, 교회 성도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었기 때문이었다. 목회자 수련회를 위해 모이면 나는 버릇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을 하곤 했다. 그리고 산책을 하러 갈 때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꼭 수련회에 참석한 인도 사람과 함께 산책을 했다.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함께 하자면 그 사람의 출생부터 고향 이야기,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어려움 등을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말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영어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의 폭이 넓어간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방이 사용한 영어 표현이 귀에 들어와 머리에 선명하게 남는 순간이 있다. 어느 책에서 읽었거나 영어 수업에서 배운 표현인데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기에 이론적으로 남아 있는 표현이 실제 상황 속에서 살아있는 영어로 다가온다. 예를 들자면, 한국 사람이 자주 실수하는 내용이 있다. 식사 중에 옆의 사람에게 "소금 좀 주실래요?"라는 말을 "Give me the salt, please?"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 그 소금을 나에게 달라고, 소유권을 달라고 하는 표현에 가깝다. 자연스러운 표현은 "Pass me the salt, please?"이다. 이 표현을 식사 중에 다른 인도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들었을 때 그간 배웠던 모든 내용이 삶에 체화되면서 나의 영어가 되었다. 그렇게 기억 속에 인장이 찍히듯 찍힌 영어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영어는 언어이다. 언어는 사람 살아가는 사이에 소통의 수단이다. 언어는 의미뿐 아니라 앞의 드레싱처럼 문화와 생활양식을 포함한다. 그래서 함께 살며 생활하는 가운데 배우지 않은 영어는 이론과 지식으로 남아 있을 뿐 정작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10여 년 인도 생활 중에 많은 인도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가운데 그 상황에 맞는 영어 표현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몸으로 생활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남는 영어이다.

 

현실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모두 원어민과 결혼을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결혼과 가장 가까운 것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필자가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는 대학 전산실에 가서 메인 프레임을 이용해야 외국인들과 채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외국인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다. 그리고 어학연수를 가서도 한국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원어민을 만나 대화하고, 식사하고, 함께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별 일 아닌 일로 한두 시간씩 수다를 떨어야 하고 전화로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렵고 두렵기까지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언어의 장벽은 그리 높은 것이 아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것이 영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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