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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선교사의 영어 좌충우돌기(左衝右突紀)

5. 힝글리쉬? 콩글리쉬? It's OK!

by 오네시모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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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을 때 보던 TV 프로그램 중에 "심슨 가족" (The Simpsons)이라는 최장수 애니메이션 시트콤이 있다. 미국의 문화, 정치, 사회 등을 알고 싶을 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등장인물 중에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인도 사람이 있는데 인도 특유의 발음이 너무 강해서 처음에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인도에 갔을 때 그것이 소위 '힝글리쉬', 즉 힌디+잉글리쉬의 합성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알아듣기 쉽지 않은 힝글리쉬를 미국 사람들은 곧잘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아마 워낙 많은 인도 사람을 접하기에 익숙해져서일 것이다. 인도에 있을 때에도 미국 네바다 주에 사는 분이 통역으로 왔는데 처음에 인도 사람도 미국에서 오신 분의 영어를 못 알아듣고, 미국에서 오신 분도 인도 영어를 못 알아들어 한 동안 서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인도에 와서 영어를 배우라고 권하면 인도식 영어를 배울까 우려하시는 분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영어를 보더라도 한국에서 배우고 미국에서 보낸 10년 동안 익힌 미국식 영어, 인도에서 사는 10년 동안 배운 인도식 영어, 그리고 가끔 영화나 매체를 통해 익힌 영국식 영어 등이 섞여 있어서 듣는 분들도 어디 영어냐고 혼란스러워할 때가 있다. 다행히 영어를 간결하게, 그리고 가능한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하는 버릇이 들어 의사소통에는 거의 문제가 없고, 도리어 나의 영어가 이해하기 쉽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미국식 영어나 영국식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 좋겠지만 글로벌 시대의 추세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회사에 한국 사람, 베트남 사람, 싱가포르 사람 등이 서로 영어로 소통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저 영국 사람 영어는 도통 알아듣기가 힘드네. 어디서 영어를 배운 거야?" 물론 우스개 소리이지만 현실을 잘 반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국 영어나 미국 영어가 정통이고 나머지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영어는 지났다. 물론 미국 드라마와 영화 등의 영향으로 미국 영어가 주류인 것 같지만 미국 사람들은 은근히 영국 영어를 부러워하고 영국 영어를 고급 영어로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 영어를 주로 배우던 한국 사람이 영국 영어를 처음 들으면 "왜 영어를 저렇게 하지?"라고 의아해할 정도이다. 필자도 영국 영화인 줄 모르고 처음으로 영국 영어를 들었을 때 "I'm not"을 "아임 놋"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듣고 어느 나라 영어인지 궁금해한 적이 있다.

 

미국 영어든 영국 영어든 힝글리쉬이든 콩글리쉬이든 기본적인 영어 발음을 연습해서 구별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에 가장 큰 요인은 영어의 표현이다. 영어의 정확한 표현을 사용한다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고, 세련되고 유창한 미국식 영어에 비교해 투박하게 들릴지라도 함께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사실은 상황에 적절한 영어 단어 하나만 제대로 사용해도 서로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 가서 새로운 휴대폰을 사고 싶은데 가게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그때 "New mobile phone? Where?"라고 말해도 다 알려준다. 물론 그다음 단계는 "Where can I buy a new mobile phone?" 그리고 더 나아가 공손하게 "Could you tell me where I can buy a new mobile phone?"을 정확한 발음과 억양으로 하면 더 자연스럽겠다. 그런데 시작은 "New mobile phone? Where?"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스웨덴 등 유럽의 영어를 능숙히 하는 사람보다 영어를 배우기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완벽주의"이다. 중국에서 시작한 유교가 한국에 와서 더 순수한 유학으로 발전했다고 할 정도로 우리 민족성은 완벽을 추구하고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문화적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이런 특징이 언어를 배우는 데는 방해가 된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과정은 아기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같다고 보면 된다. 외국어에 대해 우리는 머릿속에서 완벽한 영어 문장을 완성한 후에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이라도 의사소통에 가능하면 괜찮다는 개념이 아니라 완벽한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입이 열리지 않는다. 어린아이는 문법을 따지지 않고 말을 한다. "엄마, 병원 주사 아야 아야?" 하면 엄마는 "엄마, 병원에 가서 주사 맞으면 아파?"라고 알아듣고 그렇게 아이에게 말을 해 준다. 그러면서 배운다. 힝글리쉬, 콩글리쉬? 어차피, 모국어가 아니다. 모국어가 아닌데도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단지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도록 부단히 노력하자. 그리고 그전까지 의사소통만 돼도 OK이다.,

 

참고로 스웨덴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에 관한 기사를 소개한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2/20190412003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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