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가 다른 사람보다 영어를 빨리 배우는 이유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선교지에 가면 현지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개인 상담을 하고 성도들의 집을 방문하는 심방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특별히 통역자가 있으면 모를까,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면 본인도 현지인들도 서로 어려움을 겪는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도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서의 일이다. 내가 무슨 질문을 하면 인도 현지인들이 머리를 오른쪽으로 까닥하고 기울였다. 앞으로 기울여서 '예'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도리질하며 '아니오'라고 하는 것도 아닌 바로 딱 그 중간의 제스처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닥하고 마는 것이다. 나중에 그것이 '예'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현재는 가끔 나도 '예'라고 대답할 때 오른쪽으로 까닥한다. 처음에는 '대답을 하려면 제대로 하지', '나를 무시하는 거야?' 등 많은 오해가 있었다. 간단한 제스처도 그러한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두 사람이 내 앞에서 내가 알 수 없는 언어를 하고 있으면 꼭 내게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계약에서도 단어 하나 차이로 큰 금전적인 손해를 볼 수 있듯이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오해가 생겨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선교사도 있다.
물론 영어에 의사소통이 중요하지만 선교사에게는 아주 세밀한 뉘앙스까지 살려 영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담을 할 때 영어가 서툴면 돌아서 이야기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마음에 어려움이 많았겠어요.'라고 부드럽게 돌려 말해야 하는데 'How did you feel that time?'이라고 직설적으로 다그치면 내담자는 마음을 닫는다. 영어에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부드럽게 돌려 말하는 법이 있다. 어떤 강사는 본인의 영어에 자신이 없는지 연속으로 "Isn't it right?"을 연발하여 듣는 사람을 짜증 나게 한다. 듣는 사람이 뭐라고 할 수 있나? 그저 'Yes!'라고 소리칠 수밖에. 세련되지 않은 영어는 직설적인 표현밖에 하지 못 한다.
이런 상황이 눈 앞에 있기에 선교사는 언어를 빨리 습득한다. 하루라도 빨리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하고, 성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분들의 어려움을 보듬어 주려면 언어 습득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래서 필자도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이어폰을 끼고 오디오 성경을 들으면 잠들곤 했다. 4개월 정도에 영어 성경을 통독을 하기도 했다. 목표가 생기면 추진력이 생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시간만 나면 영어 성경을 읽고 영어를 갈고닦는다.
내가 왜 영어를 배우는가?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앞에 보이면 훨씬 빨리 나아간다. 앞에 올라야 할 산이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데 길 옆에 있는 꽃을 감상할 시간이 없다. 꽃은 내려오면서 보아도 된다. 앞에 보이는 산을 위해 죽어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 청년이 지혜로운 왕 앞에 나아와 질문을 드렸다. "왕이시여, 제가 성공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왕은 대답했다. "내가 명하는 한 가지만 하면 알려주겠다." "왕이시여,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항아리에 물을 끝까지 찰랑거리게 부어 머리에 이고 시장 한 바퀴를 돌아오너라. 행여 한 방울 물이라도 흘리면 네 목숨을 없는 줄 알라." 새파랗게 질린 청년은 왕의 분부대로 물 한 동이를 이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시장을 돌기 시작했다. 행여나 사람에게 부딪혀 물이 쏟아지거나 시장에 여기저기 쌓인 물건에 걸려 넘어질까 집중하며 조심해서 걸었다. 왕 앞에 나아와 "왕이시여, 말씀하신 대로 물을 흘리지 않고 시장을 돌아왔습니다." 왕은 물었다. "시장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청년은 골몰히 생각하더니 "누구를 보았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그제야 왕이 말했다. "네가 삶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을 하든 그 일에 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집중하며 시장을 돌았듯이 그 일에 몰두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야구의 타자가 충분히 훈련을 하면 어느 순가 야구공이 커다랗게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배트를 휘두르면 안타나 홈런이다. 오로지 공을 치기 위해 공에 집중할 때 공이 크게 보이고, 치기가 쉽다. 영어도 그렇다. 남들이 하니까. 성적이 잘 나오면 취업에 도움이 되니까.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는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영어에 집중하면 어디를 가나 영어가 들린다. 어디를 보나 영어를 배운다. 어디를 가나 영어를 할 기회가 생긴다. 없으면 만들기도 한다. 물 한 방울에 목숨을 걸고 주의해서 시장통을 돌던 청년처럼 집중하라. 목표를 새기라. 그리고 매진하라. 그러면 영어가 절로 따라온다.
'인도선교사의 영어 좌충우돌기(左衝右突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0) | 2021.06.02 |
---|---|
7. 기도를 영어로 하라고요? (0) | 2021.06.01 |
5. 힝글리쉬? 콩글리쉬? It's OK! (0) | 2021.05.28 |
4. 성격이 영어 실력을 좌우한다? (0) | 2021.05.27 |
3.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Living loving learning) (0) | 2021.05.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