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도선교사의 영어 좌충우돌기(左衝右突紀)

4. 성격이 영어 실력을 좌우한다?

by 오네시모 2021. 5. 27.
반응형

한 번은 한국에서 트럭 운전을 하시는 분이 인도 선교팀으로 인도를 오신 적이 있다. 대략 10여 분이 한 팀이 되어서 약 2주 정도 인도 오지를 방문하여 선교 활동을 하다 가신다. 이 분은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신 분인데 하루는 인도 한 형제와 둘이 앉아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언어가 안 통해서 대화가 안 될 것인데'라고 생각하며 가까이 가서 대화 내용을 들어보았다. 이 분은 한국말을 하고 계시고 인도 형제는 영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둘의 표정을 보면 서로 대화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내가 트럭 운전을 하시는 그분이 기억이 나는 것은 한국에 돌아가신 후에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인도분들 각각 분류를 해서 이름을 써서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선교팀이 다녀 가셨고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을 인화해서 보내주신 분은 이 분이 처음이다. 그리고 몇몇 인도 형제, 자매의 이름이 쓰인 약봉투도 함께 왔다. 아마 병으로 고생하는 이야기를 들은 후 한국에서 약을 조제해서 보내준 것이리라.

 

이 분이 인도에 몇 개월이라도 머물렀으면, 영어를 조금 더 배웠으면 영어 실력이 금방 늘었음에 틀림없다. 영어 실력은 성격에 많이 좌우된다. 언어가 무엇인가? 언어의 목적은 소통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대화를 부담스러워한다면 언어를 습득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누가 영어를 빨리 배울까? 말이 많은 사람이다.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사람이 영어를 빨리 배운다. 주로 남자보다 여자들이 언어를 빨리 습득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이 있고, 질문을 하고 사교적인 사람이 영어가 빨리 는다.

 

미국에서 어학연수 중에 한 가지 경험이 생각난다. 미국에서 파티에 초대되어 가면 사람들이 어울려 대화를 나눈다. 삼삼오오 모여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데 문제는 동양 사람들은 그 대화에 잘 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양사람의 특성상 다른 사람의 말을 할 때 경청하고 잘 들어주는데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다가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집에 돌아올 수가 있다. 사람들이 말을 하는 중간에 말을 끊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어학연수 중에 '말 끊기'라는 훈련을 시킨다. 이렇게 진행된다. 약 5~6명의 학생이 대화를 나누는데 앞사람이 한두 문장을 말하면 중간에 들어가 끊고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어제 내가 바다에 갔다 왔는데 정말 신났어!" 다음 사람이 얼른 끊고 들어가야 한다. "바다 하면 동해바다가 최고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들어가야 한다. 다음 사람이 말한다. "나도 동해의 안목해변에 갔는데 거기 카페가 아주 많더라" 다름 사람 차례다. "한국 사람들은 커피 사랑이 유별나"....

 

쉬지 않고 앞사람의 대화에 연결되는 주제로 말을 끊고 들어가야 내게 말할 차례가 온다. 그리고 이런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동양사람은 말할 기회를 절대 얻지 못한다. 젊은 대학교수가 학생들의 파티에 참석했을 때 교수라고 말을 시키는 법이 없이 학생들끼리 신나게 말을 한다. 한국에서는 연장자에게 발언권을 주고 다른 사람은 그분이 말을 마칠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기다리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미국 사람들은 참지 못 하고 다 떠나버릴 것이 분명하다.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는 영어 원어민이 아니다. 문법이 틀리고 발음이 부정확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떤 분이 미국 가게에 가서 "밀크"라고 했는데 점원이 못 알아듣더니 "미역"이라고 하니 우유를 찾아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Milk"의 "L" 발음이 우리나라의 "ㄹ"발음보다는 코맹맹이 소리에 가까워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어쩌랴, 태생적으로 영어의 "F, V. R, L"등의 발음을 배운 적이 없는데... 일본 사람이 영어를 할 때는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맥도널드"를 "매그도 나르도"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원어민이 아니기에 틀릴 권리가 있다. 어린아이가 수천번의 실수를 거쳐 "엄마"를 제대로 발음할 수 있듯이 우리도 수천 번 틀려도 괜찮다.

 

적극적이고, 활달하고, 유쾌하게 영어를 배우자. 틀려도 몰라도 쿨하게 "나는 영어를 배우는 중이야" 아니면 "당신은 한국어 할 줄 알아?"라고 말하며 당당히 영어를 배우자.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시콜콜히 물어보자. 그리고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끼어들어 말하기와 같은 문화를 배우고 익히자.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영어를 배우는 또 하나의 유익이다.

반응형

댓글